[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기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점차 온라인 인증과 보안의 미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중앙 집중식 인증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신원 시스템(Self-Sovereign Identity, SSI)을 실험 중이다. 이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피싱이나 대규모 해킹 같은 위협을 줄일 수 있는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비밀번호는 여전히 보안의 최전선에 남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주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비밀번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비밀번호를 넘어서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중앙화에 있다. 거래 기록이나 인증 정보를 하나의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한 여러 노드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단일 실패 지점을 없앤다. 이 구조는 해커가 특정 중앙 서버를 노려 정보를 탈취하는 전통적 방식의 사이버 공격에 훨씬 강하다.

이러한 구조 위에 구축되는 분산 신원 시스템은 사용자가 스스로 통제하는 디지털 신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비밀번호 대신 개인 키(Private Key)와 공개 키(Public Key)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증이 이루어지며, 여기에 다중 인증(MFA)이나 2단계 인증(2FA)을 더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플랫폼 ‘R3 Corda’는 은행 간 거래에 분산 원장을 적용해 KYC(고객신원확인) 절차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은 환자의 민감한 건강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시스 BPM은 헬스케어 분야의 블록체인 시장이 2036년까지 2,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넘어야 할 산: 비용, 법률, 인식

블록체인 기술의 보편화에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있다.

에너지 소모와 비용: 일부 블록체인, 특히 비트코인 기반의 시스템은 막대한 전력과 컴퓨팅 자원을 소비한다. UN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하나의 국가라면 파키스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술 격차와 인식 부족: 여전히 많은 개인과 조직이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도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률과 규제: 디지털 신원은 각국의 법 체계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 상호운용성과 표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확장성과 저장 문제: 블록체인이 보편화될수록 요구되는 저장 공간과 처리 속도의 한계도 문제다.

비밀번호의 미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고 비밀번호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밀번호는 단순하고, 보편적이며,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해킹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쉽게 재설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암호는 취약할 수 있지만, 여전히 널리 쓰이는 현실적인 수단”이라며, “강력한 비밀번호와 함께 다중 인증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보안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Specops의 Secure Access와 같은 도구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이나 MFA를 비밀번호 정책에 통합해 보다 강력한 로그인 보안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40억 개 이상의 유출된 비밀번호를 차단하고 있으며, 조직이 Active Directory 환경에서 취약한 비밀번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결론: 혁신과 전통의 공존

블록체인은 분명히 보안의 미래를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보안은 새로운 기술과 기존 수단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한 일이다. 비밀번호는 가까운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며, 블록체인은 이를 보완하는 기술로 자리잡아야 한다.

기업과 개인 모두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과 동시에 기존 보안 관행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