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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민간과 군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중 용도(Dual-use)’ 우주 기술이 기후 위기 대응과 국가 안보 전략 모두에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위성 기반의 재난 조기경보 시스템을 개발해온 룩셈부르크 기반 기업 RSS-Hydro는 민간용 솔루션이 군사 및 안보 목적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위성 내비게이션, 고해상도 이미지, 통신 위성 등 민간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일컫는 ‘이중 용도 우주 기술’이 최근 우주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응용을 넘어 국가 안보 자산으로 확장되는 기술의 이면에는 기회와 함께 복잡한 제약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고려가 뒤따른다.

Guy Schumann RSS-Hydro CEO는 “이중 용도란 민간용으로 설계된 기술이 국방 또는 재난 대응 등 공공안보 목적으로도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기업은 위성과 기후 모델링 기술을 통해 홍수와 화재 같은 자연재해 대응을 지원하는 ‘CeDaRS’와 ‘FloodPin’ 프로젝트를 개발해왔다. 특히 CeDaRS는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지 않고도 우주에서 실시간으로 재난을 탐지·분석·경고할 수 있는 ‘올인스페이스’ 구조로 설계돼 이중 용도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

Schumann은 “홍수 감지 시스템 FloodPin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 정보를 받은 당국이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자연재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전환되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더불어 현실적 장벽도 존재한다. 군사 응용으로 전환하려면 보안, 데이터 통제, 참여 인력 구성, 지적재산권(IP) 보호 등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기존의 오픈소스 기반 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하지만 이중 용도의 가치 또한 명확하다. Schumann은 “GPS, 인터넷과 같은 대표 기술들도 원래는 국방 기술에서 민간으로 확장된 것”이라며, “민간 기술이 다시 안보 영역으로 흡수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RSS-Hydro는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독립형 위성 애플리케이션 구조를 통해 국가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향후 유럽우주국(ESA)과 협력해 이중 용도 기반의 위성 임무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Schumann은 “지금 우리의 질문은 단순히 ‘이중 용도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라며 “국방용으로 완전히 피벗하는 대신 상업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 재난이 국경과 안보를 위협하는 이 시대에, 우주는 더 이상 ‘먼 세계’가 아니다. RSS-Hydro와 같은 기업들의 기술적 선택과 정책 대응이 우주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