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국제 연구진이 인류가 지금까지 관측한 것 중 가장 먼 나선은하 후보를 발견했다.
외신에 따르면 제네바 대학(UNIGE)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빅뱅 이후 불과 10억 년이 지난 시점에 이미 은하수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나선은하 ‘주롱(Zhúlóng)’을 포착했다.
이 발견은 초기 우주에 대한 기존의 은하 형성 모델에 도전장을 던지며, 우주 진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예고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은하 진화…나선 구조의 형성 시점 앞당겨
기존 천문학 이론은 초기 우주의 은하들이 작고 불규칙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모양을 갖춰간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주롱은 이런 통념을 뒤집는다. 관측에 따르면 이 은하는 중앙의 오래된 팽대부, 별 형성 원반, 그리고 잘 정리된 나선팔을 갖춘 전형적인 나선은하의 모습을 보인다.
“주롱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멀리 있다는 점이 아니라, 그 구조와 질량, 크기까지 은하수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이다”라고 주 저자인 Mengyuan Xiao 박사(제네바 대학)는 밝혔다.
그에 따르면 주롱의 원반 지름은 6만 광년 이상이며, 내부에 포함된 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1,000억 배에 달한다.
'주롱'은 어떻게 발견되었나
이번 관측은 JWST의 PANORAMIC 서베이(GO-2514)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Christina Williams(NOIRLab)와 Pascal Oesch(UNIGE) 교수가 이끄는 광역 외계은하 탐사 프로그램으로, 특히 JWST의 ‘순수 병렬(pure-parallel)’ 모드를 이용해 진행된다.
순수 병렬 모드는 망원경의 주요 장비가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동시에 다른 영역을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JWST는 하늘의 광범위한 영역을 효과적으로 관측할 수 있으며, 희귀한 천체를 찾는 데 유리하다.
Williams 박사는 “이 전략 덕분에 주롱처럼 극도로 희귀하고 먼 은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은하 형성 이론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 은하 형성 모델 수정 불가피
천문학계는 은하수가 형성되기까지 수십억 년이 걸렸다고 믿어왔다. 대형 은하는 작은 은하들의 병합을 통해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주롱의 존재는 이러한 ‘느린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Pascal Oesch 교수는 “이번 발견은 JWST가 초기 우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우주 초기에 이미 성숙한 은하가 존재했음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향후 JWST와 칠레 아타카마 고원의 ALMA(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를 이용한 후속 관측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주롱의 구조, 화학 조성, 형성 연대 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우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의 시작
주롱의 발견은 단지 한 은하의 관측을 넘어서, 은하 진화 전체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만약 이렇게 구조화된 나선은하가 우주의 이른 시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별 형성과 은하 진화의 메커니즘은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이 실린다.
JWST의 추가 관측이 진행됨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이와 유사한 초기 은하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주 탄생 이후 10억 년 이내에 은하가 어떤 방식으로 질서와 구조를 갖췄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주롱은 우주 역사 속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탄생한 은하수의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그 기원을 추적하고, 우주 초기의 비밀을 한 겹 더 벗겨내는 여정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