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단 6주간의 철도 전기화가 수십 년간의 대기질 규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UC 버클리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통근 열차 Caltrain의 디젤에서 전기 열차로의 전환이 발암 물질인 블랙 카본의 노출을 평균 89%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곧, 통근자의 건강을 지키고 도시 공기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4년 늦여름, 미국 서부에서 가장 붐비는 통근 철도 중 하나인 Caltrain은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를 잇는 47마일 구간에 투입된 29대의 디젤 기관차를 모두 퇴역시키고, 이를 23대의 전기 열차로 전면 교체했다. 24억 4천만 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추진돼온 노선 현대화 및 탈탄소화 계획의 정점이었다.
UC 버클리 환경공학 및 보건학 교수 조슈아 앱테(Joshua Apte)는 이 변화가 가져온 공기 질 개선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도시들이 30년에 걸쳐 이룬 공기 질 개선 수준을, Caltrain 전기화는 불과 몇 주 만에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열차 내부와 플랫폼 인근의 블랙 카본 농도는 평균 89%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역 주변의 대기 오염 수치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열차 내 휴대용 공기질 모니터와 정밀 센서를 통해 디젤 차량이 전기 열차로 교체되는 4주간의 데이터를 추적하며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공동 연구자인 박사후 연구원 새뮤얼 클리프(Samuel Cliff)는 “전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졌고, 그만큼 드라마틱한 변화가 공기 중에서도 관측됐다”며, “공공보건 측면에서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기화로 인해 승객 100만 명당 암 초과 사망이 51명, 열차 차장은 330명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허용 기준인 ‘100만 명당 1명 초과 암 위험’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그럼에도 미국 대부분의 통근 철도는 여전히 디젤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앱테 교수는 “미국 전역의 철도 시스템이 유럽과 아시아처럼 전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캘리포니아조차도 모든 철도를 전기화하는 데 25년이 걸릴 계획이다. 이제는 속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저널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에 게재됐으며, 공동 저자로는 UC 버클리의 헤일리 맥나마라 번(Haley McNamara Byrne)과 앨런 골드스타인(Allen Goldstein)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