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급부상이 글로벌 AI 패권 구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에미 하인 예일 디지털 윤리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AI 생태계를 흔들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지만,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DeepSeek의 발전은 미국의 기술 축적과 오픈소스 모델 활용을 기반으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AI 생태계는 여전히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평가다. 오히려 지금은 폐쇄보다 개방 속 경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미중 AI 전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美 수출통제 실패? 오해일 수 있다
딥시크-R1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뚫고 탄생했다는 점에서 통제 실패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애초에 중국의 개발 자체를 막기보단 일정 수준 이상 기술 진입을 제한하는 ‘천장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DeepSeek이 사용한 엔비디아 H800 칩은 중국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제한형 GPU다. 밀수 의혹은 조사 대상이지만, 현재까지는 규제 범위 내 기술로 개발된 모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픈소스 모델 통제? 美에 독 될 수도
미국 정치권에선 오픈소스 AI 모델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는 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미국 개발자들을 위축시키고 중국 모델 의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모델은 물리적 제품이 아닌 데이터로, 국경을 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실효성 없는 통제는 오히려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비용 고효율? '미국 기술 위에서 이룬 성과'
딥시크가 약 600만 달러의 비용으로 경쟁 모델에 준하는 성능을 확보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 비용은 전체 개발비가 아닌, 단일 사전학습 실행의 GPU 사용료에 해당한다.
게다가 딥시크의 핵심 아키텍처는 구글과 OpenAI가 이미 선도한 기술이다. DeepSeek이 ChatGPT를 활용한 데이터 증류 방식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기술 자산 위에서 구현된 ‘효율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中 인재·투자 확대는 변수… 구현력은 과제
중국은 최근 AI 인재 양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2018년 이후 AI 관련 학부가 2,300개 이상 신설됐고, 미국 내 이공계 인재 유출이 감소하면서 이 흐름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기술 도입은 종종 ‘정책 홍보’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산업 전환 능력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딥시크의 일부 시범 사업 역시 ‘기술 쇼케이스’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리콘밸리의 해자는 아직 깊다
딥시크가 실리콘밸리의 ‘해자’ 위에 널빤지를 놓았다면, 미국은 그 널빤지를 디딤돌 삼아 해자를 더 깊이 파고 있다. 방대한 컴퓨팅 인프라, 오픈소스 리더십, 기술 확산 역량 등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장점은 유효하다.
중국은 자체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글로벌 AI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AI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빠르고, 더 책임 있게 진보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