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새로운 역사가 하늘에서 펼쳐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레이싱 대회에서 자율 비행 드론이 인간 챔피언들을 제치고 최초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인간 조종사를 위한 ‘팔콘 컵 파이널(Falcon Cup Finals)’과 AI 자율 드론 전용 ‘A2RL 드론 챔피언십(A2RL Drone Championship)’이 지난 14일 아부다비에서 나란히 개최됐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양 부문 최정상을 가린 최종 대결. 이 자리에서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가 개발한 자율 드론이 인간 조종사 3명을 상대로 녹아웃 토너먼트에서 모두 승리하며 역사적 우승을 차지했다.

시속 95.8km에 달하는 속도로 구불구불한 경주 트랙을 누빈 AI 드론은, 델프트 항공우주공학부 산하 MAVLab 소속 과학자들과 학생들에 의해 개발됐다. 연구팀은 고성능 제어 능력과 탁월한 인식 기능을 갖춘 경량 AI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이는 체스나 바둑 같은 가상 게임 환경을 넘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 세계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입증한 쾌거다.

실험실을 벗어난 진짜 경쟁

2년 전, 취리히 대학이 실험실 조건 아래 인간 드론 레이싱 챔피언을 AI로 꺾은 적은 있었지만, 하드웨어와 트랙이 모두 주최 측에 의해 설계된 실제 국제 대회에서 이뤄진 이번 승리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A2RL 챔피언십의 목표는 단순히 경주를 넘어, 극한의 시간 제약과 제한된 센서·컴퓨팅 자원 속에서 로봇 AI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참가한 AI 드론은 단 한 대의 전방 카메라만을 사용했으며, 이는 인간의 FPV(First-Person View) 비행 방식과 유사하다. 즉, 기존 AI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도 인간을 이긴 것이다.

AI가 직접 드론을 ‘조종’하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바로 모터를 직접 제어하는 심층 신경망의 도입이다. 이 기술은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유도 및 제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델프트 공대 연구진이 자율 드론 환경에 맞춰 강화학습 방식으로 훈련시켰다.

기존 제어 알고리즘이 너무 많은 연산 자원을 요구한 반면, 이 신경망은 짧은 처리 시간으로 드론의 물리적 한계에 더 가까운 제어 성능을 구현했다. 드론은 자체 센서를 통해 역학을 학습하며, 기존 비행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론을 넘어, AI 로봇의 미래로

드론 레이싱에서 증명된 고성능 AI는 향후 로봇 전반에 응용될 전망이다. 팀 리더 크리스토프 드 바그터(Christophe De Wagter)는 “드론 레이싱은 극도로 효율적이고 강력한 AI를 시험할 수 있는 최고의 실험장”이라며, “이는 재난 구조, 응급 물자 수송, 자율주행 차량, 심지어 진공 청소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주는 단순한 승부 그 이상이다.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의 제한된 자원과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하늘에서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