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CERN의 LHCb 실험이 우주의 물질-반물질 불균형을 설명할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탈리아 La Thuile에서 열린 Rencontres de Moriond 회의에서 LHCb 연구팀이 바리온에서 전하 패리티(CP) 위반 현상을 확인했으며, 이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우세한 이유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빅뱅 이후 우주는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비율로 생성됐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는 대부분 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반물질은 극히 적다. 이는 표준 모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LHCb 연구진은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충돌 데이터를 분석해, 바리온 입자에서 CP 위반 현상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이는 자연이 물질과 반물질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CP 위반은 1960년대 중간자(meson)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물리학자들은 바리온에서도 같은 현상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지금까지 확보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업 쿼크, 다운 쿼크, 뷰티 쿼크로 이루어진 뷰티-람다 바리온(Λb)이 붕괴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Λb의 붕괴 패턴이 그 반물질 대응체인 anti-Λb와 미묘하게 다름을 발견했다. 예상 대칭에서 2.45%의 편차가 관측됐으며, 불확실성은 0.47% 수준이었다. 이는 5 표준 편차 이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는 수치로,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효과임을 시사한다.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델은 CP 위반 현상을 예측하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CP 위반만으로는 우주에서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표준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나 힘의 존재를 암시할 수도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CP 위반 프로세스를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물질과 반물질의 불균형을 설명할 혁신적인 이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LHCb 실험의 이번 성과는 향후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LHC의 업그레이드와 차세대 충돌기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를 통해 표준 모델을 뛰어넘는 물리학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에서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은 이유, 그리고 사라진 반물질의 행방을 밝혀내는 연구는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학적 난제 중 하나다. 이번 LHCb 실험의 결과는 그 해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