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로봇이 직장에서 상사의 역할을 맡는다면 인간은 얼마나 잘 따를까?
폴란드 SWPS 대학 연구진이 Cognition, Technology & Work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도 복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인간 상사만큼 효과적으로 권위를 행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로봇의 지시에 대한 복종도가 인간 상사의 경우보다 낮았으며, 로봇의 감독하에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로봇이 권위자가 될 수 있을까?
SWPS 대학 휴먼테크 센터의 콘라드 마즈(Konrad Maj) 박사는 “기업과 인사 부서는 로봇이 권위자로 인식되는 방식과 이에 따른 신뢰 및 명령에 대한 저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로봇을 직장에 도입할 때 중요한 심리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교육, 의료, 법 집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권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권위자로서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63%의 복종도를 보였지만, 인간 상사의 경우(75%)보다 낮았음을 확인했다.
특히, 로봇의 감독하에서 작업하는 경우, 사람들은 동기 부여가 떨어졌고 업무 속도도 느려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자동화가 심리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될 경우 반드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인간과 로봇, 상호작용 실험
이번 연구는 SWPS 대학의 콘라드 마즈 박사, 토마시 그리집(Tomasz Grzyb) 박사, 다리우시 돌린스키(Dariusz Doliński) 교수, 막다 프란조(Magda Franjo) 연구원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인간 감독하에서, 다른 그룹은 페퍼(Pepper) 로봇의 감독하에서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컴퓨터 파일의 확장자를 변경하는 지루한 작업을 수행해야 했으며, 중간에 작업을 멈추면 로봇이나 인간 실험자가 구두로 격려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인간 감독하에서는 참가자들이 평균 23초 만에 한 개의 파일 확장자를 변경한 반면, 로봇 감독하에서는 82초가 걸렸다. 또한 인간 감독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355개의 파일을 수정했지만, 로봇 감독하에서는 224개로 약 37% 적었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 신뢰와 경계 사이
이번 실험은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가 복잡하며, 로봇의 외형과 행동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유사한 로봇일수록 더 신뢰받고 유능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인간을 닮으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효과가 나타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마즈 박사는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이 예상 외의 결함을 보이면 사람들은 인지적 갈등을 겪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병원체나 위협 요소를 피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처럼 보이지만 어색한 행동을 하는 로봇이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봇이 인간의 특정 기능을 갖추면 협업이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처럼 대화하고 공감하는 로봇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즈 박사는 “사람들이 로봇과 너무 가까워지면 경계심이 사라지고, 결국 인간처럼 대우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심지어 결혼까지 고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봇이 사회에 미칠 영향
장기적으로 볼 때,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사회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마즈 박사는 “로봇이 가정에서 점점 더 인간화되고, 개별 맞춤형이 되며,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인간관계보다 로봇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로봇이 직장에서 상사 역할을 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며,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서 신뢰, 복종, 심리적 요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협력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