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핵 마이크로 원자로가 더 이상 실험실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장 적용 단계로 들어섰다.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MARVEL 프로그램의 첫 최종 사용자 실험 그룹을 공개하며, 초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원격·자율 운영, 산업용 담수화 등 차세대 원자력 활용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검증된다.
외신을 종합하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는 최근 마이크로 원자로 응용 연구·검증·평가 프로그램(MARVEL)의 첫 최종 사용자 실험 그룹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이론에서 실증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출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 실증을 전제로 설계된 테스트베드 ‘MARVEL’
MARVEL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개발 중인 초소형 핵 마이크로 원자로로, 나트륨–칼륨(NaK) 냉각재를 사용한다.
출력은 약 85kW 열에너지, 최대 20kW 전기로 규모는 작지만, 극한·고립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도록 설계됐다.
이 원자로는 INL의 일시적 원자로 시험 시설에 설치돼,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 가동 중인 핵 마이크로 원자로에 접근해 실증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자들은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제 장비와 실제 사용 사례를 연결해 기술을 시험하게 된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가능성 검증
가장 주목받는 활용 분야는 AI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다.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지만, 기존 전력망이 취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안정적 공급이 쉽지 않다.
Amazon Web Services(AWS)는 MARVEL을 모듈형·신속 배치형 데이터센터와 결합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는 디젤 발전기나 복잡한 연료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국방·정부·재난 대응 현장에서 자급형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DCX USA와 애리조나주립대는 마이크로 원자로가 AI 연산에 최적화된 연속·안정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공동 연구한다.
■ 원격·자율 원자로 운영 실험...센서·안전 기술 고도화
컴퓨팅 지원을 넘어 MARVEL은 원격 및 자율 원자로 운영 개념 검증에도 활용된다.
GE Vernova는 최소 인력 개입으로 원자로를 모니터링·제어하는 기술을 시연해, 향후 상업용 원자로 운영 표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인력 접근이 어려운 고립 지역이나 위험 지역 배치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MARVEL은 첨단 방사선 탐지·센서 기술 실증 무대로도 활용된다. 고성능 센서를 통해 원자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안전성과 상황 인식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연구 성과는 향후 핵 마이크로 원자로의 규제, 점검, 유지관리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핵열로 담수화·산업용 수처리 도전
또 다른 핵심 응용 분야는 담수화 및 산업용 수처리다. 셰퍼드 파워, NOV, 코노코필립스는 MARVEL의 공정 열을 활용해 파일럿 규모 담수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는 석유·가스 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오염수를 저탄소 방식으로 처리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ARVEL에 선정된 연구팀들은 앞으로 DOE와 국가연구소 전문가들과 협력해 기술 개념을 구체화하고 타당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원자로를 활용한 완전 시연 프로젝트가 선별되며, 최종 결과는 2026년 공개될 예정이다.
INL은 MARVEL을 산업계와 학계에 개방함으로써, 핵 마이크로 원자로를 유망한 개념에서 실용적 에너지 솔루션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구상이다. AI 경쟁력, 산업 회복력, 물·에너지 문제 해결까지 아우르는 이 실증 프로그램이 미국의 차세대 원자력 리더십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