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고온 초전도(HTS) 테이프가 핵융합 에너지 실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REBCO 기반 테이프의 상업적 생산 확대와 이를 가능케 하는 차세대 LEAP 600 엑시머 레이저의 등장으로, 핵융합 원자로 설계는 작고 효율적인 고자기장 방식으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초전도 테이프 대량생산은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기는 ‘결정적 도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양보다 뜨거운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자기 감금 핵융합 방식은 수십 년 동안 저온초전도체(LTS) 기반 자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REBCO(희토류-바륨-구리 산화물)를 기반으로 한 고온 초전도(HTS) 테이프가 상업적으로 등장하면서 핵융합 자석 기술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
HTS 테이프는 LTS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강한 자기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20T를 초과하는 고자기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토카막·스텔라레이터 설계에서 “자기장 두 배 → 원자로 부피 40분의 1”이라는 혁신적 변화로 이어져, 소형·저비용 핵융합 원자로 실현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Zama(일본 가나가와)에 있는 Faraday Factory Japan의 PLD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일관된 동료들
■ 폭증하는 수요… “하나의 원자로에 HTS 테이프 10,000km”
핵융합 산업은 이미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기업의 75%가 2035년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생산능력(연 1만km)을 압도하는 HTS 테이프가 필요하다.
프로토타입 핵융합 장치 한 기만 해도 폭 4mm 테이프 기준 1만km, 면적 4만㎡(축구장 6개 크기) 의 REBCO 필름이 요구된다.
■ PLD 기술이 만든 결정적 차이
HTS 테이프 품질은 기판 위 REBCO 박막의 결정 정렬도와 균일성에 좌우된다.
이를 위해 여러 증착 기술이 활용되지만, 엑시머 레이저 기반 PLD(펄스 레이저 증착) 는 고자기장에서 우수한 임계전류 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독보적 필름 특성을 제공하며 HTS 융합 자석의 사실상 표준 제조기술이 됐다.
연구실 단위 장비였던 PLD 기술은 이제 산업 규모 확장을 맞으며 대용량 생산 시대에 진입했다.
■ LEAP 600, 핵융합 상용화를 여는 ‘핵심 스위치’
Coherent의 LEAP 시리즈 엑시머 레이저는 대면적 박막 성장에 최적화된 장비로, 기존 300W에서 600W급 차세대 LEAP 600이 2025년 레이저 월드 오브 포토닉스에서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LEAP 600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308nm 파장 / 600W 출력으로 HTS 테이프 처리량 2배 증가
‘즉석 활성 가스 주입’ 기술로 가스 교체 주기 3배 연장, 연속 공정 가능
기존 PLD 시스템 대비 운전 효율 3배↑, 와트당 비용 최저
단일 공장 기준 연 1000km 이상 HTS 테이프 생산을 실현
이 기술은 “HTS 테이프 공급이 병목”이던 핵융합 산업의 구조적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혁신으로 평가된다.
■ HTS 테이프는 ‘에너지의 미래’를 재편 중
HTS 테이프의 확산은 핵융합을 넘어 전력·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한다.
초전도 송전 케이블: 손실 없는 장거리 전력전송 실현
MRI·NMR 가속기 자석: 저온초전도체 대비 고효율·저비용 전환
자기부상 교통: 초고속·저마찰 교통수단 구현
항공·해양 모터: 경량·고효율 HTS 구동계 적용 가능
핵융합로가 상용화되면 도심·산업단지·오지 등 전력 수요 가까이에 소형 그리드용 핵융합 발전기가 배치될 수 있어, 에너지 인프라의 탈중앙화·탄력성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HTS 테이프는 “전 세계 수십만 km 생산”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LEAP 600과 PLD 업스케일링 기술은 그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핵융합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초전도 테이프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꾸는 기술혁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