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AI 혁명이 에너지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글로벌 전력망을 압박하는 가운데, 퍼듀대학교 Lefteri H. Tsoukalas 교수가 “AI와 원자력이 결합된 새로운 ‘AI-에너지 넥서스(AI–Energy Nexus)’야말로 지속 가능한 기술 문명의 핵심 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에너지 넥서스: 지속 가능한 AI를 위한 원자적 필수 요소라는 기고문을 통해, AI의 급격한 에너지 소비 증가가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의 ‘녹색 전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인류는 AI의 확산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신중한 원자력 중심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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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인한 에너지 ‘임계점’

Tsoukalas 교수는 “AI 서버팜과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이미 산업 전력 소비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5년 수천 개의 신규 데이터센터 착공이 예정되어 있으며, 해당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2028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하려면 매년 1,000MWe급 원자로 77기의 발전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는 이를 “AI 인프라 확장이 산업·운송·공정 리쇼어링을 포함한 기술 진보 전체의 ‘에너지 페이스 도전(Pace Challenge)’으로 전환됐다”고 표현했다.

■ 재생에너지의 한계, 원자력의 필연성

Tsoukalas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저(低) 에너지 밀도, 간헐성, 높은 엔트로피 생산으로 인해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 세계 전력을 충족시키려면 “비현실적인 토지 이용과 자원 채굴, 수조 달러 규모의 그리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원자력은 “수요와 함께 배치 가능한 유일한 고밀도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그는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마이크로원자로(MR)가 “데이터센터, 중공업 시설 등과 병렬 배치되어 전력과 공정열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 “AI가 원자력 혁신의 엔진이 될 것”

흥미로운 점은 Tsoukalas 교수가 AI를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가 아닌, “원자력 혁신의 촉매이자 조력자”로 정의한 부분이다.

AI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너지 생태계 최적화: AI가 전력망의 실시간 제어 및 자가 복원(Self-Healing)을 가능케 해 분산형 원자로 간의 조율을 지원

안전·비확산 관리: 핵물질의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감시하여 비확산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강화

운영 자동화: 원자로 제어·예지정비·위기 대응을 통합한 지능형 안전관리 체계 구현

Tsoukalas 교수는 “AI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기술로, 과거 레이더 기술이 항공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 “핵융합 상업화도 AI가 가속할 것”

그는 또한 최근 핵융합 기술의 진전을 언급하며, “AI가 원자력 혁신과 함께 핵융합 상업화의 가속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가점화시설(NIF)의 점화 성공과 고온 초전도 자석(REBCO) 기술 발전은 “핵융합이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닌, 21세기 중반 상용화 가능한 현실적 에너지 옵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결론: “AI와 원자력의 결합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기술문명 열쇠”

Tsoukalas 교수는 “AI가 촉발한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AI 자신이 원자력 전환을 주도하는 것”이라며, “AI–원자력 융합(AI-Nuclear Fusion)”이 인류의 기술 진보를 유지할 수 있는 물리적·경제적 유일 경로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AI가 인간의 사고를 모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류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문턱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