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 공급망은 에너지 불안, 기후 변화, 운송 혼잡 등 다중 압박 속에서도 위기가 아닌 협력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DP World의 유럽 지속 가능성 담당 부사장 니콜라스 마제이(Nicholas Mazze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화물 소유자, 물류 제공업체, 항만 당국이 데이터 공유, 디지털 도구 활용, 물리적 인프라 개선을 통해 무역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명성, 새로운 경쟁력
과거 컨테이너 추적은 단순히 마지막 도착지를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오늘날 유럽 화주들은 상품의 위치, 상태, 운송 지연 가능성까지 실시간 확인하기를 기대한다. 기술 혁신과 문화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경쟁업체 간 선택적 데이터 공유가 활성화되고, 항만과 운송업체는 물리적·디지털 자산을 조율해 단일 버전의 진실을 제공한다.
터미널 운영 체제(TOS)의 디지털 복제 기능과 TIC 4.0 프로그램 등 데이터 표준화 이니셔티브는 사일로화된 시스템 간 상호 운용을 가능하게 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바지선 지연 시 철도 대안을 조기 가동하거나 콜드체인 화물 온도를 보호하는 조정이 가능하다.
규제와 정책이 협업을 촉진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eFTI 규정은 디지털 기반의 가치 사슬 투명성을 강화하고 종이 없는 화물 처리를 촉진한다. 규정 준수를 통해 독립형 도구가 아닌 상호 운용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장려되며, 공유 가능한 정보의 정확성과 활용도가 향상된다.
물리적 협업, 운송 모드 다양화
협업은 디지털뿐 아니라 물리적 운송에서도 나타난다. 북·서유럽에서는 도로, 철도, 바지선이 연결된 삼중 복합 내륙 터미널이 운영되며, 병목 발생 시 화주에게 다수의 대안을 제공한다. 동유럽에서도 심해 접근, 롤온/롤오프(ro-ro) 용량 확대, 내륙 허브 구축 등 공급망 전반에서 마찰을 줄이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게이트 시간 동기화, 바지선 슬롯 공유 등 규율 있는 운영 조정이 병행되어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이는 ‘더 빠르게’에서 ‘더 안정적’으로 사고 패러다임을 바꾸고, 날씨나 외부 충격에도 공급망 신뢰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다음 단계: 증명과 확장
향후 유럽 공급망은 디지털과 물리적 자산 간의 시스템적 결합을 강화하며 성과를 입증할 전망이다. 감사된 가치 사슬 데이터, 디지털 문서화, 공동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회랑에서 성능 지표를 측정하고, 화주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명확히 제공할 계획이다.
기후 현상과 시장 변동성, 보호주의 정책 등 여전히 도전은 존재하지만, 최근 유럽의 경험은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압박이 커질수록 승리하는 전략은 단독 행동이 아니라 신뢰 구축, 위험 분산, 탄소 저감, 계획 조정을 결합한 협업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