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조남준 기자] 유럽에서 가장 야심찬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인 ‘BalticSeaH2’ 수소 밸리가 본격 가동됐다. 핀란드 남부와 에스토니아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이 대규모 국경 간 수소 밸리는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 밸리는 특정 지역 내에서 수소의 생산·유통·활용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말한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산업·운송·에너지 부문과 연결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배출을 감축하는 핵심 전략으로, 유럽의 기후 행동과 공급망 안보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강화의 돌파구
BalticSeaH2는 수소를 통해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전력화가 어려운 산업 공정과 운송 분야에서 재생 수소를 활용함으로써 외부 에너지 공급 불안정에도 핵심 산업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암모니아 산업은 여전히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 BalticSeaH2는 수소 기반 공정을 통해 유럽 내에서 녹색 암모니아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료 자급과 식량·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한다.
9개국 협력, 33백만 유로 투입
2023년 6월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5년간 진행되며, EU 청정수소 파트너십의 공동 자금을 포함해 약 3천300만 유로 규모로 추진된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총 9개국, 40개 파트너가 참여한다. 이는 수소 경제가 단일 국가 차원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국제 협력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핵심 조정은 핀란드 개방형 혁신 클러스터 ‘CLIC Innovation’이 맡고 있으며, 현지 전력망 운영사 Gasgrid와 협력해 산업계·학계·연구기관 간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있다.
녹색 암모니아·운송 실증 본격화
BalticSeaH2는 단순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고 20여 개의 실질적 투자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주요 과제에는 전기분해 기반 수소 생산, 운송 연료 전환, 녹색 암모니아 제조 등이 포함된다. 암모니아는 비료 원료이자 수소 운반체로 활용돼 국제 무역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소 경제 확산을 위해서는 명확한 수요 신호와 규제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해관계자들은 EU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시장 확대가 지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 수소 경제의 모델
전문가들은 BalticSeaH2가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모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프로젝트는 수십억 유로 규모의 후속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경을 넘어서는 규제 조율과 공동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CLIC Innovation의 야타 유실라 CEO는 “수소 밸리는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 사슬과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환경적 이익과 함께 공급 안정성 확보가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BalticSeaH2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기후 목표 달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적 프로젝트로, 유럽 수소 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