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 건설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수소 동력 시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 디젤 엔진에 의존해온 기존 굴착 장비를 대체하며, 지반 공학 건설 분야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는 청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동력 시추는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굴착 장비의 엔진, 펌프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료전지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장비를 구동하며,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미 차량·중장비 분야에서 입증된 기술로, 건설 현장에도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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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영 이점 뚜렷
연구 결과, 디젤 대신 녹색 수소를 사용하면 CO₂ 배출량을 21.74kg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료전지는 구동 시 소음이 적어 작업자 복지와 주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수소는 무독성이며 분산 속도가 빨라 디젤·휘발유보다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전기분해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독립형 운영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적용 사례 확산
실제 산업계에서는 이미 실증이 시작됐다. Schlumberger와 Hyzon Motors가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기반 굴착 장비는 내구성과 성능을 입증했으며, 연료 사용량과 배출량을 최대 25%까지 줄였다. 또 영국의 ‘탄소 제로 수소 건설 장비(ZECHER)’ 프로젝트에서는 이중 연료 말뚝박기 장비를 활용해 디젤 소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Lower Thames Crossing Project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시범 적용되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다만, 수소 저장·운송 인프라의 미비, 연료전지의 내구성 검증 부족, 높은 초기 비용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혹독한 기후와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정부·산업계 움직임
영국 정부는 2023년 11월 9억 6천만 파운드 규모의 ‘그린 인더스트리 성장 가속기(Green Industries Growth Accelerator)’ 기금을 발표하며 수소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업계 역시 파일럿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 동력 시추가 단순한 친환경 장비를 넘어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