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익수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부채와 급감하는 산업 수요, 해외 채권 발행의 난항 속에서 2028년 사채발행 한도 초과라는 결정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시적인 흑자 회복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며,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없이는 한전의 재무 위기가 ‘지속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은 7일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정부의 조속한 개입과 화석연료 중심 구조의 전환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24년 3조 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3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이는 석탄과 LNG 가격의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됐다. 이미 2021~2023년 3년간 누적된 48조 원의 손실과 함께, 채권 잔액은 75조 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619%에 이르렀다. 연간 이자비용만 약 3조 원 수준이다.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 한전 수익의 핵심이었던 산업용 전기 판매 비중이 2025년 1분기 기준 49.6%로 처음 50% 아래로 하락하면서, 주 수익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이 ‘RE100’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PPA(전력구매계약)가 확대되며 ‘탈한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산업용 마진은 2024년 9.6조 원에서 2030년 8조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수익 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한전은 만기 채권을 재발행하며 ‘돌려막기식’ 자금 운용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은 75조 원이며, 향후 매년 약 20조 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린워싱 논란과 기후위험 공시 누락 등으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지난 2월 해외 일반채권 발행 규모는 4억 달러(약 5,000억 원)에 그치는 등 조달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결정적인 고비는 2028년에 닥칠 전망이다. 한전은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사채발행 한도를 자본금 및 적립금의 2배에서 5배로 한시 확대했지만, 2027년 말 이를 다시 2배로 복원하게 되면 현 수준에서는 한도를 초과하게 돼 법적 조달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사채 발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전력시장 구조의 개편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석연료에 유리한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제도를 손보고, 좌초자산 위험이 큰 석탄발전 자산의 정리와 발전 자회사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한국전력의 부채 위기는 화석연료 의존의 구조적 결과로, 정부가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한전채 ‘블랙홀’과 같은 금융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가희 전력시장계통팀장은 “지난 25년간 유지된 기형적인 전력 구조가 현재의 재무 위기로 이어졌다”며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재무적으로 분리돼 독립된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