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규훈 기자]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물 시스템은 날마다 2,600만 가구와 기업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110억 리터의 폐수를 처리하는 대규모 인프라다. 그러나 노후한 관로, 빈번한 누수, 하수 유출과 같은 만성적인 문제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물산업 규제기관인 Ofwat은 ‘혁신’을 키워드로 전면적인 판갈이를 시작했다.
영국의 물 부문은 단순한 공급 인프라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과 순환경제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다. Jo Jolly Ofwat 환경 및 혁신 담당 이사는 “이제는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물 시스템을 상상할 수 없다”며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행 가능한 확장성과 협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Ofwat은 2020년부터 총 6억 파운드 규모의 ‘Innovation Fund’를 운영하며, 민간과 공공, 학계가 협업하는 9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세 가지 대표 프로젝트는 ▲개방형 데이터 생태계 ‘Stream’, ▲누수 기술 테스트 허브 ‘NLRTC’, ▲순배출 제로 폐수처리장 ‘Net Zero Hub’다.
Stream은 영국 18개 주요 물회사 중 16개가 참여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으로, 실시간 하수 유출 모니터링 지도와 같은 혁신 사례를 가능케 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HR 월링포드가 개발한 AI 분석 플랫폼 ‘Sapphire’는 오염원을 빠르게 식별하고 대응하는 기술로, 영국 정부의 ‘맨체스터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NLRTC는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누수 감지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2025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관로에서 실험이 어려운 한계를 넘는 이 인프라는, 물 손실을 줄이는 ‘게임체인저’로 기대된다.
Net Zero Hub는 하수처리장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파일럿 프로젝트다. 아산화질소를 무해한 기체로 전환하는 ‘Actilayer’, 폐수에서 셀룰로오스를 회수해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는 기술 등은, 물 분야를 넘어 건설·에너지 산업에도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Jolly 이사는 “Stream, NLRTC, Net Zero Hub는 서로 연계된 혁신 플랫폼이자, 다음 혁신을 위한 인프라 자체”라며 “향후 5년간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확장’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