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유럽의 항공우주 산업이 새로운 혁신 단계에 접어들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RACER(Rapid and Cost-Effective Rotorcraft)는 기존 헬리콥터보다 빠르고 조용하며 연료 효율이 뛰어난 고속 회전익기로, 유럽의 청정 항공 목표와 기술 협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

크레딧: 에어버스


유럽 협력의 결실, RACER

RACER의 개발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EU Clean Sky 2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13개국의 40개 이상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 공공-민간 협력 프로젝트는 공기역학, 엔진 통합, 로터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유럽 차세대 항공 기술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에어버스 엔지니어 브라이스 마키나지안은 “유럽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이 일을 완수할 수 없었다”고 강조하며, RACER가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기술적 결집과 혁신 정신을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속도와 효율성, 혁신적 설계

RACER는 440km/h 이상의 순항 속도를 달성하며 기존 헬리콥터보다 50% 이상 빠른 성능을 발휘한다. 공기역학적 설계와 측면 로터, 추가 날개를 통한 전방 추력 기능으로 헬리콥터와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결합했다.

혁신적 에코 모드 시스템은 스타트-스톱 기능처럼 한 엔진만으로 순항 가능하게 하여 연료 소비와 CO₂ 배출을 약 15% 감소시키고 비행 거리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RACER는 기존 헬리콥터보다 연료 25% 절감이 가능하며, 응급 의료 서비스와 수색 구조 임무에도 적합하다.

항공우주 넘어선 협업

RACER 프로젝트에는 자동차 경주 전문 중소기업 KLK Motorsport도 참여했다. 고급 경량 구조와 공기역학적 캐노피 제작에 기여하며, 전통 항공 산업 외부의 전문 지식을 도입했다. 마키나지안은 “자동차 경주의 속도와 혁신을 항공 설계에 접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 항공의 미래, 지속 가능성과 리더십

RACER는 EU의 그린 딜과 2035년 무공해 항공기 목표를 실현하는 중요한 단계다. 항공 산업은 유럽 GDP의 4.4%, 1,350만 개 일자리와 연결된 경제 핵심 분야로, 새로운 설계와 기술은 유럽의 글로벌 항공 리더십을 유지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시험 비행과 앞으로의 도전

2024년 4월 첫 비행 이후 RACER는 약 35시간의 비행 기록을 세웠다. 테스트는 계속 진행 중이며, 설계 개선과 기술 검증이 병행된다.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세부 조정을 진행하면서, 회전익기 속도의 한계를 넘어 연료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항공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마키나지안은 “항공우주 엔지니어에게 RACER 프로젝트는 일생에 한 번 있는 경험”이라며, 디자인이 하늘을 나는 순간의 마법을 강조했다.

RACER는 단순한 프로토타입을 넘어, 청정 항공을 향한 유럽의 기술적, 정책적 비전을 상징하며, 향후 10년간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