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웨어러블 기기에서 체온을 전기로 바꾸는 '유연한 열전 반도체' 개발이 한 걸음 더 진화했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T) 연구진이 원자 사이 빈 공간을 정밀 제어하는 공석(空隙) 공학 기술을 적용해, 뛰어난 열-전기 변환 효율과 기계적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신소재를 선보였다.
이번 연구는 은(Ag), 구리(Cu), 텔루르(Te), 셀레늄(Se), 황(S)으로 구성된 AgCu 합금 반도체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용융 공정을 통해 합금을 합성한 뒤, 결정 내 ‘공석’을 정교하게 조절해 전기적·열적 특성을 향상시키고, 재료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확보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이 신소재를 팔에 부착 가능한 형태의 마이크로 플렉시블 열전 장치로 구현해, 인체의 열을 실질적으로 전력으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 책임자 난하이 리 박사는 “운동 시 인체와 외부 환경 간의 온도 차가 커지며 에너지 생성 효율이 높아진다”며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배터리 없는 웨어러블 기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이자 ARC 무공해 발전 연구 허브의 천즈강 교수는 “지금까지 유기 열전 재료는 유연하되 성능이 낮고, 무기 재료는 성능은 좋지만 잘 부서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유연성과 고성능을 모두 갖춘 희귀 무기 반도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획기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탁월한 가소성을 유지하며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본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열전 반도체 기술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없는 미래, ‘인체 발전소’가 된다
플렉시블 열전 기술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 중인 웨어러블 시장과 맞물리며, 차세대 에너지 자립형 기기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탄소 중립 목표와 맞물려, 인체 열을 활용한 무공해 발전 방식은 미래 지속가능 기술로서의 전략적 가치도 크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에 실렸으며, QUT와 ARC 허브는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신소재의 상용화 가능성과 장기 내구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