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플라이에서 영감을 받은 다리를 가진 하버드 로보비. 출처: Eliza Grinnell / Harvard SEAS Commun

[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하버드대가 개발한 초소형 비행로봇 로보비(RoboBee)가 ‘날기만 하는 로봇’에서 ‘착륙까지 완벽한 로봇’으로 진화했다.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착륙 시스템 덕분이다. 하버드 공학팀은 크레인 플라이의 다리 구조를 모방해 로보비에 역사상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랜딩기어를 장착했다. 이로써 로보비는 이제 공중에서 지상으로의 전환까지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곤충형 로봇’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외신을 종합하면 하버드 John A. Paulson 공학 및 응용과학대학(SEAS)의 마이크로로보틱스 연구소는 로보비(RoboBee)에 ‘부드러운 착지’를 가능케 하는 생체모방 기술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로보비는 이전까지도 곤충처럼 날고, 물에 잠기며, 공중에서 정지 비행할 수 있었지만, 착륙 시에는 여전히 큰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번 연구의 돌파구는 자연의 비행 전문가, 크레인 플라이(긴다리잎벌레)에게서 찾았다. 연구팀은 크레인 플라이 특유의 길고 관절이 많은 다리에서 착지 안정성을 높이는 힌트를 얻었다. 이를 통해 공중 접근 시 충격을 흡수하고, 지면 효과로 인한 불안정을 극복하는 다리 설계를 고안했다.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우드 교수와 해리 루이스, 마를린 맥그래스 교수의 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했다. 제어 시스템 또한 개선되어, 로보비는 이제 지면 접근 시 속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압전 액추에이터의 손상을 줄이는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다리 설계는 Harvard Microrobotics Lab이 개발한 정밀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크레인 플라이의 실제 관절 위치와 구조를 본떠 다양한 프로토타입 실험 끝에 탄생했다. 연구진은 나뭇잎, 단단한 지면 등 여러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하며 실제 생물 착륙과 유사한 성능을 검증했다.

로보비는 현재 오프보드 제어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으나, 연구팀은 향후 센서와 자율 제어 시스템을 내장한 완전 독립형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경 모니터링, 재난 감시, 인공 수분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우리는 크레인 플라이처럼 단순하지만 정교한 생물체에서 로봇 설계의 해답을 찾았다." 공동 제1저자인 대학원생 크리스찬 챈은 이렇게 말하며, 생물과 로봇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보비가 미래 농업, 도시 생태계, 생물학 연구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