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프엔 김맹근 기자] 세계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해역 중 하나로 알려진 셀레베스 해(Sulawesi Sea) 인근 말레이시아 셈포르나 해안 지역이 ‘플라스틱 제로’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WWF-말레이시아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말레이시아 사바(Sabah)주의 해안 마을 셈포르나(Semporna)와 그 주변 섬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주도의 폐기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WWF-말레이시아의 ‘No Plastic in Nature(NPIN)’ 이니셔티브는 섬 주민들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환경 보호와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니셔티브는 플라스틱 스마트 시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지방정부, 대학 및 민간 단체와 협력해 섬 지역에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2023년부터 라라판(Larapam)과 오마달(Omadal) 섬의 지역 커뮤니티는 폐기물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수거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명의 ‘플라스틱 레인저’와 7개의 지역기반조직(CBO)이 참여했으며, 그 결과 5,600kg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 유입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폐기물을 태우거나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안전하게 처리할 인프라가 없던 섬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플라스틱을 태우거나 무단 투기해 왔다. 이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주민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됐다. 하지만 현재는 마을 단위로 폐기물을 분리 배출하고, 이를 측정한 뒤 본토의 재활용 센터(AMWIL)로 운송하고 있다.
단순한 수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니셔티브는 ‘지속 가능한 행동 변화’를 위한 교육과 기반 마련에도 주력한다. 오마달, 라라판, 마불(Mabul) 제도에는 섬 기반 교육·재활용 센터가 설립되고 있으며, 향후 섬 전체를 커버하는 순환 경제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마불 섬에서는 지역 업사이클링 기계를 도입한 시범 프로젝트가 이미 15kg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213개의 제품을 생산, 약 6,030링깃(RM)의 수익을 창출했다. 환경 보호는 물론,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현장 실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정책 입안자 및 민간 기업들과 대화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사바 주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과 관광·식음료 업계의 참여 또한 지속 가능성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코타키나발루시는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인 “Bawa Beg Bah”(가방 가져오기)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2025년 10월부터는 폴리스티렌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 우선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로 EPR(생산자책임확대) 제도와 순환경제 모델을 활용해 높은 물류비 문제를 해결한다.
두번째는 지역사회-공공-민간 파트너십(CPPP)을 통해 지역 활동을 정부 정책과 민간 기술 혁신에 통합하고, 섬 환경에 적합한 장기적 폐기물 해결책을 공동 설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풀뿌리 기반의 접근은 단순한 환경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 공동체 모델로서 전 세계 섬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